김천부항지서망루에서 만난 근대사의 묵직한 시간 산책

지난주 흐린 오후, 김천 부항면의 김천부항지서망루를 다녀왔습니다. 일제강점기의 흔적이 남아 있는 근대유산이라 오래전부터 눈여겨보던 곳이었습니다. 부항댐 근처 산자락에 자리한 이 망루는 높지 않지만 주변 풍경과 어우러져 묘한 긴장감을 전했습니다. 도착하자마자 콘크리트 외벽의 거친 질감이 눈에 들어왔고, 시간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습니다. 낡은 건물이지만 붕괴되지 않고 단단히 버티고 있는 모습에서 당시의 공기와 긴박함이 느껴졌습니다. 망루 주변에는 잡초가 자랐지만 일부 구간은 최근 정비되어 걷기 좋았습니다. 멀리서 보면 작고 단순한 구조물 같지만 가까이 다가서면 세월의 무게가 묵직하게 전해졌습니다.

 

 

 

 

1. 산자락 깊숙한 위치와 오르는 길

 

김천부항지서망루는 부항면의 작은 마을 뒤편 언덕 위에 있습니다. 내비게이션을 따라가면 ‘부항면사무소’를 지나 좁은 도로로 접어들게 되는데, 마지막 구간은 차량 진입이 어렵습니다. 주차는 마을회관 앞 공터에 하면 되고, 도보로 약 5분 정도 오르면 망루가 보입니다. 길은 완만한 흙길이지만 비가 온 뒤에는 미끄러우므로 주의가 필요합니다. 오르는 동안 잡풀 사이로 콘크리트 벽면이 드러나기 시작하며, 군사 건축물 특유의 긴장된 분위기가 느껴졌습니다. 주변에는 안내판이 설치되어 있어 건립 시기와 보존 경위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언덕 정상에서 내려다보면 부항면 일대의 들판과 부항댐 수면이 한눈에 들어와 당시 망루의 감시 목적이 실감났습니다.

 

 

2. 망루의 구조와 형태

 

김천부항지서망루는 일제강점기 경찰 건물 부속 구조물로, 콘크리트로 지어진 2층 높이의 직사각형 형태입니다. 외벽은 회색빛을 띠며, 창문 대신 작은 총안(銃眼)이 일정한 간격으로 뚫려 있었습니다. 내부는 비어 있지만 바닥면이 단단하게 남아 있고, 천장은 일부 파손된 상태였습니다. 철근의 녹 자국이 남아 있었고, 벽면에는 시간이 만든 균열이 섬세하게 퍼져 있었습니다. 출입구는 낮고 좁게 만들어져 있어 내부에 들어서면 천장이 손에 닿을 만큼 낮았습니다. 외부 계단을 통해 2층으로 오를 수 있었지만, 안전상의 이유로 지금은 출입이 제한되어 있습니다. 단단한 콘크리트 질감과 좁은 시야는 당시의 감시체계를 그대로 드러내고 있었습니다. 무겁고 차가운 재질 속에서 역사적 긴장감이 여전히 남아 있었습니다.

 

 

3. 근대사의 단면이 남아 있는 장소

 

망루는 1930년대 일제 경찰이 지역 감시와 치안을 명목으로 세운 구조물로, 해방 이후에는 한동안 방치되었다가 현재는 국가등록문화재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외형의 손상에도 불구하고 원형이 비교적 잘 남아 있어 근대기 건축 연구에도 의미가 있습니다. 이곳은 단순한 콘크리트 건물이 아니라, 억압의 역사와 지역사회의 상처를 기억하게 하는 장소이기도 합니다. 안내문에는 ‘김천지역 항일운동의 흔적을 기억하기 위한 보존시설’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습니다. 망루 앞에 서면 당시 주민들의 일상과 긴장이 교차했을 순간이 자연스럽게 떠올랐습니다. 바람이 벽면의 틈 사이로 지나가며 낮은 음을 냈고, 그 소리가 오래된 기억처럼 들렸습니다. 짧은 체류였지만 한 시대의 무게를 마주한 듯했습니다.

 

 

4. 방문객을 위한 작은 편의 공간

 

망루 바로 앞에는 최근 조성된 작은 안내 쉼터가 있습니다. 나무 벤치와 지붕이 있어 햇볕을 피하기 좋았고, 설명판에는 당시 부항지서의 위치도와 항일운동 관련 자료가 함께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안내소 직원은 없었지만 QR코드로 영상 해설을 들을 수 있어 흥미로웠습니다. 화장실은 언덕 아래 마을회관 옆에 있으며, 깨끗하게 관리되어 있었습니다. 주변에 카페나 상점은 없지만, 도보로 10분 거리의 ‘부항댐 전망쉼터’에서 음료를 구입할 수 있습니다. 전반적으로 시설은 소박하지만 관리가 잘 되어 있었습니다. 작은 망루 하나에도 지역의 역사를 기억하려는 노력이 느껴졌습니다. 공간은 단출하지만, 그 단정함 속에 진심이 담겨 있었습니다.

 

 

5. 함께 둘러볼 만한 부항면 명소

 

김천부항지서망루를 본 뒤에는 차량으로 5분 거리의 ‘부항댐 생태공원’을 추천합니다. 넓은 호수와 산책길이 조성되어 있어 망루의 긴 여운을 달래기에 좋습니다. 이어 ‘부항정’ 전망대에 오르면 댐 전경과 주변 산세가 시원하게 펼쳐집니다. 점심은 ‘부항재래식된장집’에서 청국장 정식을 먹었는데, 구수한 냄새가 오래된 고택의 분위기와 잘 어울렸습니다. 또한 가까운 곳에는 ‘녹색테마파크’가 있어 아이들과 함께 방문해도 좋습니다. 망루의 역사적 분위기와 자연 속 여유를 함께 느낄 수 있는 동선이었습니다. 한나절 일정으로 충분히 다녀올 만한 거리입니다.

 

 

6. 방문 시 유의사항과 팁

 

김천부항지서망루는 상시 개방되어 있지만, 내부 출입은 안전 문제로 제한됩니다. 따라서 외부에서 관람만 가능하며, 사진 촬영은 자유롭게 할 수 있습니다. 비가 온 후에는 길이 진흙탕이 되므로 운동화를 착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여름철에는 모기나 벌이 많아 긴 옷차림이 유리합니다. 안내 표지에는 문화재 지정번호와 QR 해설이 있으니 방문 전에 스마트폰을 준비하면 좋습니다. 망루가 있는 언덕에는 가로등이 없어 해질 무렵 이후 방문은 피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조용히 걷기 좋은 오전 시간대가 가장 쾌적하며, 봄이나 가을의 맑은 날씨에는 주변 풍경까지 더해져 역사와 자연을 함께 느낄 수 있습니다. 관광지라기보다, 잠시 멈춰 기억을 되새기는 장소로 접근하면 좋습니다.

 

 

마무리

 

김천부항지서망루는 작지만 강렬한 존재감을 가진 공간이었습니다. 화려하지 않고 차가운 콘크리트 구조물 속에 억눌렸던 시간과 사람들의 이야기가 조용히 남아 있었습니다. 그 앞에 서면 자연스럽게 고개가 숙여지고, 역사를 마주하는 마음이 무거워집니다. 오래된 건물이지만 여전히 단단했고, 그 단단함이 곧 기억의 형태처럼 느껴졌습니다. 근대의 상흔을 품은 이 망루는, 과거를 잊지 않으려는 현재의 의지로 이어지고 있었습니다. 다음에는 봄 햇살이 비출 때 다시 찾아, 콘크리트 벽면 위로 드리워진 그림자를 천천히 바라보고 싶습니다. 김천을 여행하는 길이라면, 잠시 들러 이 고요한 역사의 공간을 직접 느껴보시길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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